(서울=연합뉴스) 장현구 기자 = 대기록이란 역시 하늘이 점지해주시는 모양이다.
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1선발 투수 윌머 폰트(32)가 2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한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KBO리그 40년 사상 최초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뻔했다.
그는 9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사사구로 NC 타자 27명을 꽁꽁 묶고도 팀이 한 점도 못 얻어 0-0으로 맞선 바람에 아쉽게 강판했다. 그가 던진 104번째 공의 구속은 무려 시속 150㎞가 찍혔다.
퍼펙트게임의 영예는 완벽하게 경기를 끝낸 투수에게 돌아간다. 마운드를 떠난 폰트는 퍼펙트게임의 자격을 잃었다.
9회까지 단 한 점만 벌어줬더라면 대기록에 도움을 줬을 타선은 야속하게도 폰트의 강판 직후인 연장 10회에 터졌다.
팀의 4-0 승리로 폰트는 '9이닝 퍼펙트'라는 비공인 기록과 함께 시즌 첫 승리를 수확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.
폰트는 SSG 구단을 통해 "팀이 이겨서 충분히 만족한다"며 "(점수를 내주지 못한 것이) 전혀 아쉽지 않고, 타자들이 좋은 수비를 보여준 것에 고맙다"고 도리어 야수들을 격려했다.
공 104개를 던진 폰트는 삼진 9개와 뜬공 8개, 파울 플라이 2개, 땅볼 8개로 아웃카운트 27개를 채웠다.
최고 시속 153㎞짜리 속구 79개를 가장 많이 던졌고, 커브·슬라이더(이상 11개), 포크볼 2개, 투심 패스트볼 1개를 각각 뿌렸다.
폰트는 "투구 수가 많아서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"며 "마음은 하고 싶었지만, 몸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"고 강판 당시를 떠올렸다.
그러면서 "시즌 첫 경기이고,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100개 이상을 한 번도 던지지 않아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았다"고 덧붙였다.
폰트는 스트라이크존의 정상화로 높은 스트라이크에 심판의 손이 올라간 덕분에 유리해진 면이 있다며 "작년보다 자신 있게 속구를 던질 수 있게 됐다"고 설명했다.
김원형 SSG 감독은 "폰트의 개막전 승리를 정말 축하한다"며 "포수 이재원과 호흡이 매우 좋았고, 무엇보다 폰트가 눈부신 투구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"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.
김 감독 역시 폰트의 투구 수를 고려해 연장 10회에 교체했다고 했다.